[출판사 추천 글]
“이슥한 밤 시각에도 문자를 밀어 넣을 때가 있다. 원격으로 소통하는 처지이다 보니 시차까지 셈할 겨를 없이 문자 주고받기가 이어져왔다. 소통이 원활한가, 의문이 들 때면 갸우뚱하곤 한다. 고백하자면, 대화방에 얹힌 글들은 내가 빼곡히 채운 셈이다. 그것들은 아마도 복병 같은 블랙아이스 도로 위에서 팔풍경계를 체험하고 있는 자식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충정으로 받아들여졌거나, 더 솔직히, 신성을 본뜬 소우주가 그 안에 간직한 암호를 한 땀 한 땀 해독해 가는 여정에 그들을 독려하였을 듯싶다”고 자식들과 대화방이 휴면상태에 들지 않은 걸 자신의 덕일 것이라고 흐뭇해하는 최로잘리아 시인은 문화적인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뭔가 이질적인 환경에 섞여야 하는 국외인에겐 더욱이.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고 한다.
시간의 흔적이 남겨놓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짐작의 끝을 헤아리길 힘든 세계의 표정에 시인은 어떤 형식으로 응대해야 하는지 이 시집에서 알게 된다. 불꽃처럼 말을 쏘아 올리며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말들의 무리가 은하수 되어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 세상에 내놓은 <하늘과 대지 사이에 샌드위치되다> 시집에서 그런 포즈를 우리는 볼 수가 있다. -POEMPOEM
최로잘리아의 시에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흘러가는 정신의 탯줄이 있다. 세계, 이 광활한 존재의 범주에 먼지처럼 놓인 ‘생각하는 인간’은 궁극을 좇지만 매번 실패하는 아픈 실존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신비를 묵상하기도 하고, 땅을 내려다보며 존재의 심연을 헤아리기도 한다. 어디서 왔으며, 또한 어디로 갈지 숙고할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게 우리 인간이다. 최로잘리아는 이러한 우주적 물음에 천착한다.
숨겨진 자연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이 시인이다. 최로잘리아 시인이 세상에 내놓은 이 시집에서 그런 포즈를 찾을 수 있다. 불꽃처럼 말을 쏘아 올리며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말들의 무리가 은하수 되어 떠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쁘기 그지없다. 시인은 예전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러한 작업을 행하는 존재다. 시집 하나를 두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까닭도 그러한 믿음과 희망을 나 또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로잘리아의 시 앞날에 늘 행운과 복됨이 함께하기를 바라며 두서없는 해설을 마무리 짓는다. -정훈 문학평론가 해설에서
최로잘리아
2015년 시집 『계단의 끝』, 포엠포엠 작품 활동,
2021년 시집 『하늘과 대지 사이에 샌드위치되다』
현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거주
Rosalia Choi : rmchoi@gmail.com
하늘과 대지 사이에 샌드위치되다
Gone astray between the Universe and Gaia
목차
자서 · 10
part 1
변형 · 15
하늘과 대지 사이에 샌드위치되다 · 16
나무가 벗은 까닭 · 17
목관 · 18
볼기 · 19
세컨드 핸드 정보 · 20
모국어 · 21
의자 · 22
봄 그리고 가을 · 23
중심 · 24
칼 · 25
잉여 에너지 · 26
가지치기 · 27
장미 · 28
나비가 딩동! · 39
접점 · 30
신뢰 · 32
다르마 · 33
part 2
불가해 · 37
치유 · 38
뗏목과 나비 · 40
비트루비언 맨 · 41
두려움이 설자리를 잃는 방식 · 42
포장 안에 든 게 물이라면 · 43
연결되어 있나 봐 · 44
형과 아우 · 45
멀지 않은 그대 · 46
별바라기 · 48
오이 배달하는 사람 · 49
반짝이는 것은 살아 있다 · 50
축복의 암행 · 51
날 좀 보소 · 52
이완에 대하여 · 53
다시 쓰기 · 54
아침 혹은 밤의 안내자 · 56
굿바이, 올드 에너지 · 57
운세 · 58
part 3
어떤 관조자 · 61
소확행 · 62
무책임한 시간에게 · 64
레이스 블라우스 · 65
트릭 · 66
가을볕에 누워 · 67
여름휴가에 덧붙여 · 68
아오테아로아의 일상 · 69
고추잎 · 70
변기에 앉아 · 72
수프 · 73
불통 · 74
단호박 여물려면 · 75
빈 풀장에 세 번째 실족한 고슴도치 · 76
낯선 풍경 · 77
투영 · 78
섹소폰 부는 사람 · 79
제자리 · 80
다리 너머 · 81
part 4
길 · 85
맹세 · 86
소음과 침묵 · 87
뙤약볕 쬐는 신호등 · 88
삼계탕 집 · 89
뻔뻔스러운 변 · 90
발코니 · 91
그럼에도 · 92
거미 · 95
녹차 이파리 · 96
닮은 스케치 · 97
두려움 · 98
트렌드 · 99
졸업 · 100
● 해설
아수라와 지복(至福) 사이를 매만지는 말들
― 정훈(문학평론가)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