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발톱 - 심은섭 시집
시작시인선 0500
출판사 서평
심은섭 시인의 시집 『물의 발톱』이 시작시인선 0500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시 전문지 『심상』으로 등단하였고,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2008년 『시와세계』 겨울 호에 문학평론으로 당선된 바 있다. 시집으로는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천마총엔 달이 뜨지 않는다』가 있으며, 평론집으로는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상상력과 로컬시학』 등이 있다.
해설을 쓴 이성천 문학평론가는 심은섭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물의 발톱』을 가리켜, “세상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임을 강조하며 “자연 생명체와 온갖 우주적 사물들의 내력에 관한 보고이고, 삶의 이면에 대한 인정의 기록”이라고 상찬한다. 시인이 세상의 풍경을 그리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의 고유 언어와 유연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내면 풍경을 재구”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이는 “시가 현실 세계의 인과론적 질서와 우리 삶의 이력에 대한 미학적 이해를 도모하거나, 인생의 참된 의미를 적극적으로 견인하고 있음”을 바탕으로 삼아 이루어지는 예술적 행위이다.
심은섭 시인은 “물의 발톱”처럼 모든 존재로 변모할 수 있으면서도 더욱 날카로워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의 사유를 통과한 삶과 세속의 풍경은 일상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며 읽는 이를 일깨워 준다.
❚추천사❚
심은섭의 네 번째 시집 『물의 발톱』은 세상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연 생명체와 온갖 우주적 사물들의 내력에 관한 보고이고, 삶의 이면에 대한 인정의 기록이다. 동시에 이 시집은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을 통과하는 시인이 스스로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차분하게 반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직하고 염결한 자기 고백서이기도 하다. 새 시집에서 시인은 힘을 뺀 언어와 예민한 감각 및 참신한 이미지들로 이 모두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또한 이 시집이 세상의 풍경을 다루고 있다는 것, 조금 더 비약해서 말하자면 시인의 고유 언어와 유연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내면 풍경을 재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이 사실은 현 단계에서 그의 시가 현실 세계의 인과론적 질서와 우리 삶의 이력에 대한 미학적 이해를 도모하거나, 인생의 참된 의미를 적극적으로 견인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까닭이다.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심은섭
2004년 시 전문지 『심상』으로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8년 『시와세계』 겨울호 문학평론 당선.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2009),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2021),
『천마총엔 달이 뜨지 않는다』(2023),
시론집 『비대상시론』(2024),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2015),
『상상력과 로컬시학』(2020),
편저 『당신이 만약 내게 문을 열어 주신다면』(2020),
『너의 종이 되리니』(2023) 등이 있음.
2006년 제1회 5·18문학상,
2006년 제1회 강릉정심문학상,
20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2013년 제6회 세종문화예술대상,
2018년 제60회 강원도문화상(문학부문),
2022년 제22회 박인환문학상 등 수상.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역임.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새의 발자국을 주워 오며
어떤 자화상 13
퇴사역 14
기억의 주머니 16
회전목마 17
접시꽃 18
열세 살의 셰르파 19
독도학 개론 20
구멍가게 21
맷돌의 궤적 22
나이팅게일의 후예들 23
어흘리 사람들 24
만월滿月 25
폐가전제품 26
환절기 2 28
궁서체의 여자 29
제2부 세상은 다시 원형으로 부활하고
사막으로 출가한 낙타 33
빙어의 비망록 34
바다로 가지 않는 강물은 없다 35
탕탕탕 36
꽃게의 반복 37
너의 뒷모습 38
달의 자화상 40
만삭의 여인 1 41
만삭의 여인 2 42
발가락을 말리는 비단뱀 43
교동 7호점의 김밥 44
설악산 흔들바위 45
양파밭의 수난기 46
말 47
부르카의 여인 49
제3부 영혼을 수선하는 늙은 미싱사
쉬파리 53
밥꽃의 여자 54
에밀레종 55
삼 단 조화 56
감나무의 100년사 58
개띠들의 자화상 60
수신하지 않는 e메일 61
목어木魚 63
은행나무골 사거리의 풍경 65
환전소의 여인 67
방충망의 노신사 69
등나무의 순교 71
멍게 72
물의 발톱 73
회항하지 않는 강 74
제4부 의문의 부호들이 산란하는 도시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고독사 79
늙은 도둑의 오후 81
사월의 기우 83
들판의 마시멜로 84
뿔소라의 오류 85
강물과 아버지 86
중고 가전제품 87
DMZ의 털매미 89
7일간의 스토킹 90
피내골의 폐가 91
물의 하산下山 93
늙은 목수 94
노모의 등단작 95
블랙커피 97
저녁 뉴스 98
해설
이성천 ‘원형’의 부활을 꿈꾸는 한 낭만주의자의 초상 100
❚시인의 말❚
시인의 말
옹기가마에
장작불을 지펴
청자를 빚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모두 질그릇이다.
낯이 뜨겁다.
2024. 3.
미카엘관 501호에서
❚시집 속의 시 한 편❚
퇴사역
사십 년 가까이 새벽마다 어둠 속으로 길을 내던 어떤 사내가 출근 인식기에 마지막 지문을 찍고 사무실로 들어선다
책상 위의 만년 과장 명패를 반납한 늦은 저녁,
늑골이 헐거워진 몸으로 퇴근길에 오른다
그가 전동 열차 의자에 몸을 기대자 지난날들이 흑백 무성영화처럼 스쳐갔다 병원비 미납으로 전세금이 압류당하던 날, 인주 밥보다 더 붉게 울던 일이며, 전깃줄보다 더 늘어진 공복으로 생이 경련을 일으키던 날들이며,
밤마다 외딴섬 물개 울음소리를 들으며 살던 날들이며, 속도에 중독된 타이어처럼 조련된 생으로 눈 밑의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던 날들이며, 험상한 IMF로 운명의 삽질이 중단되기도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겪어 온 수난의 기억을 시나브로 말아 올리며 상념에 젖어 있을 무렵, 전동 열차 안에서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이번 역은 퇴사역, 퇴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양쪽입니다”
시작시인선 0500 심은섭 시집 물의 발톱
물의 발톱/ 심은섭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16쪽/ 시작시인선(세트 0500)
2024년 4월 12일 발간/ 정가 11,000원
ISBN 978-89-6021-760-7 04810 / 바코드 9788960217607 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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