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 조선의 시집
(상상인 시선 043)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조선의 시집
상상인 시선 043 | 2023년 10월 31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28쪽 | ISBN 979-11-93093-22-1(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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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담양을 사랑하는 조선의 시인이 몸소 시가 된 담양의 헌사가 아닐까.
담양에 있는 유물들로부터 사라진 것들을 상상하고 나아가 그 상상을 통해 사라진 것들이 말하는 바를 들으며 이를 기록하고자 하는 시작 태도. 다시 말해 담양의 유물들이 은밀히 말해주는 사라진 것들로부터 시인은 시 쓰기의 영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보존된 자연물이나 역사적 유물이 많은 담양은, 저 동강처럼 고단한 여정을 마친 존재자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존재자들이 여정을 통과하면서 상기한 것들을 침묵 바깥으로 내놓는 고장이 담양인 것이다. 시를 품고 있는 존재자들이 오래도록 보존되어 있는 담양. 사물의 침묵 바깥으로 나온 말들을 들으면서 시를 쓰는 사람인 조선의 시인에게, 담양은 시를 어디서나 길어 올릴 수 있는 시의 우물이라 하겠다.
_ 이성혁(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과거가
미래를 향해
현재에 살아 있는 곳
담양은
말로만 듣는 것보다
직접 와서 보면 안다
왜 다시 오고 싶은지
2023년 10월
조선의
시집 속의 시 두 편
분향리 석불입상
탑신에 이끼가 돋아났다
뜬 눈으로 천년을 꼿꼿이 선
석불 내부는 언제나 위태로웠다
나는 지금 없는 아버지와 동거 중이다
쓸모없는 돌로 무엇을 증명하려는지
세월을 되질하듯 어둠을 캐는 아버지는
더운 내 가슴 한가운데로 불면을 흘려보냈다
수 세기에 걸쳐 깊어진 석불은
상처 입은 마음을 살피는 이 땅의 은자
가까워지는 걸음으로 속세를 향해 귀를 세우고 있다
속수무책 받아들여야 했던
아버지의 자학에서 빠져나왔으나
마음의 빈터마다 눈먼 남루가 극성을 부렸다
머리 꼭대기에 불을 밝힌 아버지는
타는 해를 삼켜버린 돌덩어리, 돌덩어리
숨 막히는 불안을 떨쳐내고 눈을 뜨니
몸 안으로 구름 같은 나비 떼가 날아들었다
생존의 늪을 건너는 참회의 눈물 한 방울로
아버지는 꺼지지 않는 목숨에 닿았다
* 분향리 석불입상: 담양군 가사문학면 분향리. 유형문화재 제144호.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고 둥글며 풍만하나 도식화의 경향도 보인다. 5도 정도 비스듬히 서쪽을 향하고 있는 모양이 특이하다.
몽한각에서
과거에 현실을 겹쳐놓고
어디로든 불시착하고 싶어 나를 잠시 잊는다
나풀나풀 날리다가 모퉁이에
떨어진 낙엽은, 비로소 이승을 건너온 것일까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걸려 덜푸덕
넘어졌다면 그나마 당신은 행운
더 어두운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태양처럼
순간 꽉 감은 눈 속에 아픈 표정을 숨기고
창피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지
뛰어내림에 망설이는 별빛을 받아주려고
온종일 전력을 다해 민들레꽃은 피어나고
근거 없이 불온한 용기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넘어져야 했던가
별자리가 휘는 누정을 바라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온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나를 넘어뜨리기 위해 무장하고
나는 날마다 일어서기에 바쁜데
초연한 누정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꿈의 끝이라는 몽한夢漢
상수리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어디에 도달하거나 정착했다면 그곳이 꿈의 처소이다
* 몽한각: 전남 시도 유형문화재 제54호. 전후좌우의 처마 공간에 마루를 설치하였고, 좌우 측면과 정면 협칸 처마에는 외목도리를 설치함으로써 정면 6칸, 측면 3칸 규모인 듯한 구성이 보기 드문 처리법이다.
목차
1부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쪽재골 삽화
눈 내리는 연계정
관어정 엘레지
금성산성
객사리 석당간
담양 습지에서
면앙정가를 읽다
2부
후산리 은행나무
지실마을 계당매
추월산 보리암
배롱나무 앞에 서다
가마골 용소
독수정 원림
죽녹원은 바람저장소
소쇄원에서
푸조나무에 들다
죽녹원, 추억의 샛길에서
죽화경 꽃의 자세
3부
면앙정의 노을
대치리 느티나무의 날개
남산리 오층석탑
관방제림을 걷다
담양천에서
병풍산을 오르다
꽃비 내리는 명옥헌
남산 팔각정
대방저수지
무궁화동산
4부
겨울 담양호
고서천에서
식영정 소묘
관방제림 벤치에 앉아
수남 학구당
창평 고택 돌담
한재골 서정
민들레 핀 죽림서원
담빛연못
三仁山 억새
동강조대
해설 _ 시의 보존지 담양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농민신문 신춘문예, 기독 신춘문예, 미션21 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백교문학상, 등대문학상, 안정복문학 대상, 신성문학 대상
남명문학 전체 대상, 치유문학상 전체 대상 등 수상
시집 『당신, 반칙이야』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피는 동안이다』
『빛을 소환하다』 『돌이라는 새』 『꽃, 향기의 밀서』
『꽃으로 오는 소리』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아직 도달하지 않은 입의 문장』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저서 『생명의 시 1~5』 등
담양문화원 시창작 강사
<시꽃피다> 광주 시창작 강사
서울 성동구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
<신정문학> 시창작 강사
<시꽃피다> 전북지역 시창작 강사
새만금일보 「조선의 시인의 시감상」 연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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