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의 은하 - 김진숙 시집
(상상인 시인선 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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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시인은 시적 감각이 섬세하며 사유가 깊다. 시집 전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내면을 성찰함으로써 시의詩意에 도달하려는 의지가 각별하다.
치열한 현실 인식과 시 정신을 위해 깊이 천착한 시편들이 세상을 환기시키고 있다. 생각과 기록의 특질을 기억의 형상물로 만들어 내기까지 난해성과 불가해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인의 자기 고백은 처절하다. 시안詩眼이 무서운 평정에 들어 있다.
김진숙 시인만의 개성과 시적 성취가 잘 융해되어 말의 얼개가 선명하다. 현존과 부재와의 관계에서 부단한 메타적 욕망을 볼 수 있다. 시인의 내적 고투를 통해 사유를 응집하고 여백을 확대함으로써 생략과 반조와 리듬이 살아 있다. 수사적 완성도와 언어 소통이 무난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에 대한 믿음과 미학성이 뛰어난 시들이 편제해 있다. 우주로 떠나는 고요한 발걸음에 인생 관조가 충일充溢한 햄릿의 은하는 광막한 어둠 속에서 비추는 한 줄기 빛이다, 고 단언한다.
_ 조선의(시인)
김진숙 시인의 생명성은 세계의 안과 밖,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은하처럼 영롱한 미지의 세계를 꿈꾸기에 어둡지 않고 밝으며, 특히 죽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이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인생이란 결코 되돌아오지 못할 루비콘강을 건너는 유한한 삶의 끝에 서 있지만, 마치 계절을 지나 은하에 닿는 미적 상상력이 존재하기에 허무虛無에 머무를 수만은 없음을, 시인은 자신의 시로써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김진숙 시인이 펼친 시적 상상력의 기저에는 장미薔薇로 표상된 지상의 세계와 은하銀河로 지시된 우주적 담론이 시인만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관통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_전해수(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데드 블레이의
나무들을 생각한다
그들의 고독과 사유에
시의 옷을 입히고 싶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쉼 없이 날갯짓하는 노란 나비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한
절망은 없다
우린 영원히 존재한다
세상 안에서… 세상 밖에서…
2022년 9월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서
김진숙
시집 속의 시 한 편
햄릿의 은하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은하죠.
사랑하고 충돌하며 혼돈 속에서 유빙처럼 떠돕니다
어제는 어둠과 싸우던 장미가 죽었고
하얀 겨울은 붉은 실로 묶였습니다
외로운 영혼들이 흐르는 은하에 빛이 고입니다
태양이 지구 반대 방향으로 멀어졌을 때
골목길에서 붕어빵을 굽던 한 사내가 죽었고
원룸에서 시를 쓰던 시인이 술잔 속으로 쓰러졌습니다
누가 술이 든 술잔을 치우고 진짜 독배를 준비했을까 햄릿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충돌한 결과일까요
이 세상을 햄릿의 은하라 부르면 지나칠까요
다른 무대가 펼쳐지고 독이 없는 술잔이 준비된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아픈 궤도를 벗어날 수 있을지
새롭게 태어나는 햄릿을 위하여
우리들의 빛나는 은하를 위하여
상자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어린 왕자를 만나러 갑니다
책장을 넘기면 보이지 않는 별에서 아이의 향기가 피어나고
별이 뜨는 방향으로
다시, 독배에서 장미가 깨어납니다
목차
1부
푸른 물고기들의 숲 19
초원 제빵소 20
장미로 지는 매미 22
숲으로 드는 8월 24
최후의 꽃 26
껍질과 속살 28
단풍 유감 30
한 방울의 물 32
여름과 지구 34
벚꽃과 노숙자 36
꽃받침 37
겨울 목화밭 38
억새 사피엔스 40
아름다운 배꼽 41
5월의 브람스 42
기차와 아이 44
2부
화시花詩 49
햄릿의 은하 50
산수유 열매 붉어서 52
비 오는 날의 소묘 54
개망초꽃 피었다 55
넝쿨장미 56
사냥꾼의 저녁 57
하늘에서 밥을 먹다 58
이브의 화단 59
디지털 피아노는 멀쩡했다 60
해송 62
목련 1 64
목련 2 65
시인의 여름 66
3부
가을비 69
7월의 장미원 70
억새와 기차 72
우리 손자는 로맨티시스트 1 74
우리 손자는 로맨티시스트 2 76
개망초 77
성묘 78
우주 아이 80
복숭아밭에 누워 있었다 82
가을은 지나간 것들을 부른다 84
단풍의 염원 85
강아지풀 86
눈물보다 먼저 피는 꽃 87
초록 등불 88
4부
남은 자들의 촛불 91
새는 비틀거려도 하늘에 눕는다 92
침실에도 눈은 내리고 94
기별 96
목련꽃 마스크 98
1월의 내장산에서 100
바다 펜션 102
가을엔 베토벤 선생님 104
찔레 덩굴 106
박달나무 107
로마의 밤은 친절해서 108
어느 붕어빵 아저씨의 독백 110
폭우 112
저수지의 추억 114
덕진 풍경 115
푸른 외투 116
해설 _ 세계의 ‘안’과 ‘밖’ -장미薔薇와 은하銀河의 세계 119
전해수(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2011년 『문학시대』 등단
2019년 『나를 연주하는 나무새』 발간
2022년 『햄릿의 은하』
2022년 전북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기독음대 피아노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전북 문인협회 편집위원
전북 시인협회 이사 『월천 문학』부회장
stw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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