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자리에 꽃이 핀다 - 최영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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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자리”에서 “꽃이 핀다”고 한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를테면 “벽화의 웃음꽃”(「그림자 벽화」)과 같은 이미지나 상태라고 하겠다. “벽화”라는 멈춤의 정적인 사물이나 대상, 그리고 “웃음꽃”이라는 동적인 현상과 약동이 그 주된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정적인 것들과 동적인 것들의 조합과 분리, 또는 헤어짐과 만남에서 나오는 정반합의 변증적인 원리와 작동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거나 기존의 의미를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직조하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_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최영희
전북 대야 출생
2009년『수필춘추 』수필로 등단
2021년『계간문예』시부문 신인상
시집 『멈춘 자리에 꽃이 핀다』
제20회 김포문학상, 경북일보 주최 호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대학교 전산통계학과 졸업
한국아마추어사진작가협회 회원
단체사진전 20여 회
ong8492@hanmail.net
시인의 말
수학 공식을 만졌던 손에 새겨지는 문장들
파이와 루트는 시의 몸
그 몸을 받아 적으면 먼먼 어머니에게로 가는 글이 된다
공식도 없는 문장의 절벽은
무엇으로 존재하는지
풀어도 정답이 없다
2022년 8월
시집 속의 시 한 편
멈춘 자리에 꽃이 핀다
신발장에 남겨진 꽃신 한 켤레
질척한 어둠을 끌어안고 있다
주인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한때의 기억마저 놓아버린 꽃무늬만
구석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밖에는 벚꽃이 물결처럼 밀려오고
떠난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은 날리는 벚꽃뿐
달빛에 등을 기댄
한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신발장
휘돌던 꽃잎이 하나둘 내려앉아
그리운 이가 두고 간 그리움인 듯
가만히 손 내밀어 꽃신을 어루만진다
떨어진 꽃잎이 흔드는 몸
멈춘 자리에 고인 슬픔이
꽃과 함께 쏟아진다
1부
손안의 지도 19
그 사이에 우리가 서 있다 20
흑백 사진의 어휘들 22
멈춘 자리에 꽃이 핀다 24
뿌리가 받아 적은 경전 26
잠들지 못하는 거울 28
둥글게 찌른 말이 더 아프다 30
어둠도 양식이 된다 32
날개감옥 34
마지막 페이지엔 아직도 내가 있다 35
하지 36
살구나무 어머니 38
점멸등 39
그림자 벽화 40
2부
손톱에 핀 꽃 45
공손한 각도 46
지워야 할 그림들 48
엉겅퀴 요양원 50
날개도 없이 날아가네 52
나비 판화 54
꽃단추 56
장미 우체통 58
오늘의 경사 59
금낭화가 피고 그 사람은 지고 60
찾아가지 않는 이름들 61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꽃집 62
나비 염색 63
3부
담벼락을 요약하는 덩굴손 67
무화과 68
함석지붕을 두들기는 음표들 70
어머니, 수혜도 신으셔야지요 71
햇살서체 72
바늘구멍 사진기 74
앞치마는 가족의 배후 76
구름수제비 78
관계대명사 80
지금 가고 있습니다 82
물갈퀴 새발자국 화석 83
물속의 집 84
발효하는 날들 86
하루수선공 87
4부
잔은 잔잔 91
그녀는 바람꽃 92
나뭇잎 가문 94
초록나무 노인학교 96
북극성 98
매화나무 전별기 99
꽃그늘 지는 우물 100
벚나무 팬레터 102
배꽃 카페 103
분홍으로 물드는 다짐 104
갈매기 일기 106
바다서점 108
하루살이 109
시들지 않는 상상화 111
해설 _ 멈춤과 꽃핌, 그 정靜과 동動의 서사 113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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