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송연숙 시집
(상상인 시선 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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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숙의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는 다양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이 풍경은 단순한 보여짐의 대상을 넘어 일정한 부피와 질감을 지닌 하나의 존재로 드러난다. 시적 대상이 존재성을 띠고 그것이 부피와 질감을 지닌다는 것은 그만큼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의 의식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의 의식과 시적 대상이 만나 하나의 풍경이 잉태된다고 할 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적 대상에 대한 의식이 ‘살아 있음’이다.
_ 이재복(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저자 약력
송연숙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2016년 『시와표현』 등단
2019년 강원일보, 국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측백나무 울타리』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purengang@hanmail.net
시인의 말
하늘 한 귀퉁이가 시끄러운 걸 보니
겨울 철새들이 벌써 날아왔나 보다
하늘을 바라보며 귀 기울이는 시간은
새벽도 좋고
한낮도 좋고
찬 별이 뜨는 밤은 더 좋다
수시로 변화하는 하늘과
세상의 풍경 속에
서 있는 나
이팝나무꽃 피는 계절을 기다리며
2021년 가을
시집 속의 시 한 편
옆 사람
검은 사람 하나를 밟고 있다
내 앞에서 혹은 옆과 뒤에서
하루를 실천하는 사람
햇살에 기생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햇살만 보면 몸을 꺾기도 하고
바닥에 머리를 끌기도 하며 걷는 것이다
처음 그림자를 발견한 아이가
그 사람을 떼어내려
발 구르며 울음 터트리는 것을 보았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눈물을 닦으며
시시포스의 돌처럼 돋아나는 사람
키를 줄이고, 늘리고, 밟히며
빛을 조롱하는 사람
어쩌면 그는 길 위에 무수하게 파인
‘나’라는 함정이 아닐까
어쩌다 신발을 벗고
어둑한 집으로 들어갈 때면
내 신발을 지키고 있는 사람
어떤 날은 발걸음이 왜 그리 무거웠던지
앞 축이 벌어진 신발을 버릴 때도
왜 그토록 망설였던지 알 것 같다
단 한 번도 햇살 밑에서는
똑바로 서 보지 못한 그를
옆 사람으로 앉히려 나도 앉는다
차례
1부 압박하는 곳마다 꽃들이 핀다
주인공 _ 013
장미 _ 014
실타래 _ 016
나비뼈 _ 018
벚꽃 엔딩 _ 020
발소리들 _ 022
이파리 부엉이 _ 024
옆사람 _ 026
꼬리의 심리학, 갈대론 _ 028
시계꽃 _ 030
웃는 사과 _ 032
몇 모금의 숨 _ 034
달의 체중계 _ 036
셈 치기 _ 038
포스트잇 _ 040
2부 뒤늦은 곳에서 발견되는 일
판 _ 045
사람들은 해변에 와서 발자국을 버리고 간다 _ 046
제발, 제발 _ 048
푸들푸들 _ 050
난처 _ 052
이날 이때까지 _ 054
물개의 유서 _ 056
오대산 가는 길 _ 058
사각지대 _ 060
변검 _ 062
마드리드행 _ 064
생각의 사투리 _ 066
무이네 사막 _ 068
가우디풍으로 짓는 집 _ 070
학교의 봄 _ 072
3부 허공에 집을 짓는 거미처럼
그늘 _ 077
물의 울타리 _ 078
철원평야 _ 080
주름잡다 _ 082
도피안사 _ 084
물결은 뚜루뚜루 운다 _ 086
새들의 산책 _ 088
무색의 짝, 무념이 _ 090
하늘 한 장 줍다 _ 092
꺽지처럼 풀어 놓다 _ 094
허공을 개봉하다 _ 096
벌판 _ 098
4부 새를 키우는 이유
턴테이블 돌리는 사내 _ 103
손의 감정 _ 104
새를 키우는 이유 _ 106
들깨 모종 _ 108
사혈 _ 110
삼각별 _ 112
생명의 나무 _ 114
건반악기 _ 117
베르그송의 시간 _ 118
골무 신봉자들 _ 120
사이프러스 나무 _ 122
나비경첩 _ 124
그 많던 우물들 _ 126
해설 _ 풍경의 부피와 질감 _ 129
이재복(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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