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친 자국- 송귀영 제25 시조집
(상상인 시선 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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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조는 과도한 표현을 걷어내고 든든한 결기를 보여주는 것이 시인에게 주어진 덕목인 동시에 숙명이다. 시조를 쓰는 시각에 따라 환경이 어느 쪽에 놓여 있느냐에 밀도가 달라진다. 인간 이성의 힘으로 시조의 세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여 인간과 자연 사이에 존재의 소중한 가치를 소환한다.
시조가 우리 민족의 생리에 합당한 시문학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들의 생활방식과 정서에 부합된 한글 언어 구조가 시조와 잘 융합된다는 의미이다. 모든 생명체에는 모태가 있듯이 민족 문학의 모태는 전통 시가인 우리 시조를 외면할 수 없다. 우리 시조가 700여 년 전 향가로부터 발원되어 맥을 이어온 시대적 장르를 넘어선 불멸의 한국적 시가 문학 전체를 관류하는 뿌리 문학에 민족혼을 대표하는 고유 문학이다. 시조 3장의 형식미가 갖추어진 율격에 맞는 구도와 전체적 율격에도 알맞아 분명한 형태적 첨삭의 전통 시학이다. 시조는 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얼이며 한국문학의 고유한 민족혼이 담긴 가락으로 영구히 지켜야 할 정형 시가이다.
<현대 시조의 변용과 발전 과정 중에서> -송귀영(한국 시조 협회 부이사장)
시인의 말
시조는 정서와 감흥의 상상을 은율 형식으로 서술하는 행위이다.
시인이 시작하는 것은 불가마 속에 아름다운 몸매와 문양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도공의 마음이며, 큰 돌에 마음을 새겨 넣는 석공의 마음이다. 시조는 곧 시인을 우상화하게 만들고 노래는 가수를 인격화로 만드는 힘을 갖는다. 시에서 따뜻한 언어는 차가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모성애가 숨겨져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아름다운 소통이 숨겨져 있다. 시적 세계에는 여러 가지 경향을 보이는데 첫째 서정성은 획득한 섬세한 관찰력으로 빚어내는 선명하고 수려한 시적 안목의 구비라 생각한다. 시각의 틀로 시안을 견지할 때 눈부신 시어의 낙조가 즐비한 아름다운 언어의 바벨탑을 만든다. 일상적 삶에서 발아된 시심을 바탕으로 인간의 한계 상황을 무너트리며 넘나드는 육화된 시어와 정제된 언어들이 인생의 깊이에 파도치며 달관과 관조를 천착해 내는 여백의 시학으로 세상에 꽃을 피운다. 나는 상상력의 바다에서 풀어낸 해물의 이미지를 생성시켜 매혹적 향기를 남기고 고요한 물결 속에 잠든 영혼을 파도의 카타르시스로 일깨우고 싶다. 시인의 치열함은 절망과 고독을 친구처럼 옆에 앉혀놓고 살면서 언어를 조탁하여 갈고 닦는 시적 내공을 쌓으려 한다. 시인과 독자 간의 소통은 순간적 작품에서 만남을 인연으로 만드는 건실한 믿음이 익어갈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시인은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초월적 힘을 발휘한다. 감동의 언어로 죽어가는 영혼의 명의가 되기도 하고 시대의 마지막 메시아적 존재로 탄생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이 시조집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부족한 민낯까지 드러내 보여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러나 이 시조 작품집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보려 한다.
-澐海 송귀영
시조집 속의 작품 세 편
시인의 명상록
시인은 시혼 불러 널려있는 소재 찾아
행간에 언어 깔린 시상 벽을 깨부수어
의중을 시화하려고 우주 담는 시를 쓴다.
무음과 대화하며 모습대로 진솔하게
자연에 귀를 열고 침묵 속에 영혼 불러
한 수에 파장을 펼쳐 시심 튕겨 조탁한다.
영겁을 실어 나른 발버둥 친 격세 앞에
스쳐 간 많은 연유 뉘우침도 깊다 보면
전해온 이승 이야기 숨은 뜻을 풀어낸다.
나팔 귀 사색
어둠을 연신 삼켜 목에 걸린 통곡들이
아우성 바람 타고 숙취 끝에 움츠리면
무너진 월대 너머로 골안개가 괴어든다.
창문에 입김 불어 김 서림을 닦으면서
먼동이 역류하는 절벽 앞에 갈길 잃어
그슬려 뒤적인 불씨 되살리기 피곤하다.
헛바퀴 돌아가며 구르다가 비걱대는
맞물린 걸음걸이 허리 짚어 뒤뚱이며
결박한 이 환우기에 꽂힌 화살 뽑아낸다.
흔들린 잎새
발밑에 앉은 바람 포근하고 따스하여
게으른 하품으로 월척 같은 생각 낚아
수줍어 입 가린 미소 부끄러움 물컹하다.
운명을 팔아넘긴 늦잠 자던 그림자로
부리에 영혼 물고 예고 없이 날아가도
지나간 산발의 풍속 겹쌓인 힘 예측한다.
어두움 잡고 흔든 너저분한 역한 냄새
푸른빛 타고 떠난 들개비가 훑는 자리
음지의 자궁 속에서 분출하는 잎사귀다.
목차
시인의 말
서시 _ 시인의 명상록
제1부 나팔 귀 사색
옛 기억
유년의 고갯길
장수 시대
삶의 조각
삶의 여유
삶을 위하여
삶의 여백
갓길 없는 생의 미로
천년의 미소
찰나실신의 순간
타래 한 올
뒷배 세력
인의 한계
뜨개질 효과
나팔 귀 사색
삽시霎時에
외진 길목
망중한
헛된 집착
불편한 나부랭이
짤막한 꼬투리
궁색한 얼굴
그 옛날 모란시장
낭만의 눈빛
골동품
제2부 흔들린 잎새
베푸는 뜰
장미꽃 송이
산정 비경
단풍이 진다
숲의 속살
숲속의 바람
숲속의 풍경
식물 애호가
텃새의 겨울나기
하얀 농심
낙화 춘몽
암자
자립의 기대치
흔들린 잎새
낙엽의 안부
생명선
권농기勸農期
노을의 안부
설야부雪夜賦
젊은 날의 소고小考
산새의 아침 일기
코스모스 그림자
길섶의 흔적들
된비알에 오르다
노을빛 지다 1
노을빛 지다 2
제3부 꿈속의 무늬
서투른 갈피
떨림과 울림
한때의 질투
구조조정
절박한 결말
정신 나이테
생활 방정식
예술을 위하여
중구난방
아우성
꿈속의 무늬
탁한 세류 헹구다
새벽 탄주彈奏
해시태그hash tag를 붙인다
즐거운 절정
다도해
도련선島鏈線
고향의 길
인식의 변증법
순간 포착
세대 간의 유통 기간
침투의 굴기 작전
산사의 명상
호수에 뜨는 추억
털 격판 담치
백수의 하루살이
제4부 노을의 미학
금속공예 공방에서
노을의 미학
광장 시장의 밤
한옥 큐레이션
시인의 명상록
담언미중談言微中
제방에 앉아서 1
제방에 앉아서 2
도시의 밤
바람의 행방
갯벌
참선의 통찰
영암사지를 찾다
덤 없는 인생
퇴임 이후의 시간
백수 전상서
념念
심한 말투
경종警鐘
몽당연필
이슥한 밤의 안부
죽은피의 행렬
치미
차전초車前草 묵시록
창출의 체감도
팀의 감독에게
제5부 결기
징비록懲毖錄
피에타
수호수
열정의 꽃
기러기 서정
큰 무질서
아모르파티Amor Fati
결기
허탈한 불안
운명의 근원
슬픈 진실
이태원 비가悲歌 1
이태원 비가悲歌 2
무거운 어깨
식은땀의 빗금
공포의 대중주의
불편한 타협
회한悔恨을 남기다
내면과의 조우
시대의 발자취
불편한 혁파
적막한 암흑시대
숙명의 도전
불편한 저녁 안부
역경의 그림자
청춘의 영광
현대 시조의 변용과 발전 과정
-송귀영(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저자 약력
澐海 송귀영
·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 문학』등림
· 시집 『앓아눕는 갯벌』
· 시조집 『북창 넋두리』 『바람이 스친 자국』(제25 시조집)
· 평설집 『한국 대표 시문학 25인선』, 『시조 빙하의 숨구멍을 뚫다』
· 현대시선 문학상, 시조문학 작품집상, 시조문학상, 시조사랑 문학상, 한국시조협회 문학상, 대은시조 문학상, 역동시조 문학상, 월하시조 문학상, 순암 안정복 문학상, 한국시조 시인상, 한국전자저술상, 호음문학 공로상, 대한민국 시조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 협회 정화위원. 시조시인 협회. 시조진흥회 고문. 시조문학 부회장. 현대시선 문학사 고문. 서정문인 협회장.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한국문학방송 작가회 이사, ᄒᆞᆫ맥 문학가 협회장 역임
kysong40@daum.net
바람이 스친 자국
송귀영 제25 시조집
상상인 시선 | 2024년 4월 29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68쪽
ISBN 979-11-93093-50-4(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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