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는 시간은 연시 - 임지나 시집
(상상인 시선 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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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나 시인의 첫 시집 「네가 오는 시간은 연시」는 집과 사랑에 대한 물음과 대답으로 채워져 있다. 그 답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회귀하고 순환한다는 점에서 우로보로스적 삶을 은유한다. 그 집은 내가 “견뎌내는 곳”으로서의 집이고, “같이 쌓고 부수고 싶었던 집”(「공기로 지은 집」)이다. 여기서 부숨은 결국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한 생의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말짱 헛것이며 헛것이 아닌 부숨이다. 또한 이 집은 “내가 널 위해 준비”하는 “정신과 언어”(「희귀한 연애」)의 집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랑의 말씀을 간절히 간구할 때만 이 집은 비로소 어떤 육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왜냐하면 ‘공의 고갱이’를 모으고 ‘허무의 뼈’를 심어야만 가능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 집은 “양손의 그러쥐는 힘”(「큐브」)만으로도 지을 수 있는 작은 집이다. 진정, 사랑의 신은 거창하고 화려한 집에 거주하는 게 아니라 “구부리고 숙이고 엎드리는”(「낱말의 세계」) 낮은 곳에 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이란 극복이 아닌 즐기는 고통의 자세”(「파쿠르 하는 사람」)임을 아는 시인으로부터 이 집에 대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지나식 표현을 빌려 그의 시력꽃이 나날이 만화방창하기를 빈다. 그가 꿈꾸는 사랑의 면적을 계속해 넓혀갈 것이므로, 우리는 그저 “수긍의 따스한 귀를”(「진강이」)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_ 유강희(시인)
저자약력
임지나
2015년 「시와 소금」 동시
2017년 영주일보 신춘문예, 2019년 「시와 경계」 등단
동시집 「머그컵 엄마」 「꼬리 흔드는 아이」
시집 「네가 오는 시간은 연시」
개천예술제 디카시 최우수상
2020년 충남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금 수혜
2022년 충남문화재단 문화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
한국동시문학회 회원
ljn7862@hanmail.net
지은이의 말
하염없는
더 하염없는 자,
늘 부족하고
가슴속만 만월이다
2022년 6월
시집속의 시 한 편
연시
내가 나의 혓바닥을 찾아 먹는 느낌
혓바닥에 홀려 또 다른 혓바닥을 찾아 헤매는 느낌
감꼭지는 치명적 단추
단추는 위험해 너무 익어 실이 풀린 결기의 단추
물컹거리는 공 만만해진 붉은 공의 이력을
풀려버린 단추는 알지 달달했던 사계절 가슴이 풀어져
공의 고갱이를 어떻게 잔뜩 모았을까
겉이 터지도록 무거운 속을 무엇으로 마련했을까
어쩌다 혀가 끌고 나오는 날카로운 씨
단도 몇 개쯤 너도 품고 살았구나
내 속에서 끌고 나올 수 있는 칼은 몇 개나 될까
으깨지고도 무겁고 축축한 연시
겉도 속도 무거워야 덩어리가 되는 법
누군가의 완벽한 열매가 되는 법
목차
1부
화분을 내놓는 시간 19
누구의 손목에서 백목련이 피나 20
희귀한 연애 22
젖은 것들의 무늬 23
축축한 주문 24
밤과 밥과 방 26
큐브 28
마리모 30
재활 32
폭설 33
호빵을 먹는 아침 34
파쿠르 하는 사람 36
낱말의 세계 38
2부
도장 43
공기로 지은 집 44
연시 46
봄의 나 47
오늘의 케이크 48
5월 억새에게 내미는 시 50
터키 아이스크림 52
라면 54
노송동 골목 56
산수유나무 아래서 58
천재의 휴식 59
튀어 오르는 유쾌 60
핑크뮬리 62
유명한 이야기 63
3부
아몰레드 67
밤 68
드림캐쳐 70
슈트 액터 72
신두리 사구 74
엔젤트럼펫 76
나비의 자석 78
식물주의의 무덤덤 80
그립감 82
입관 84
이어달리기 85
빅토리아 수련 86
전갈이 키우는 모과 88
다시다는 어머니의 힘 89
4부
량 93
거룩하지 못한 밤 94
달의 건강원 96
그리움을 상회上廻하다 97
싱잉볼 98
진강이 100
아무 때나 터지는 석류 102
그동안의 꽃과 너 103
우금치 104
바다에서 106
한 움큼의 눈동자들 107
머메이드쇼 108
복숭아 떨어진 곳에 능소화는 피고 110
줄줄이 장미 112
해설 _ 치유와 원만圓滿을 향한 여정, 혹은 그윽함의 시학 115
황치복(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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