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 이향란 시집
(천년의 시작)
이향란 시인의 시집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가 시작시인선 042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2년 시집 『안개詩』로 작품 활동 시작했고, 시집으로 『슬픔의 속도』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너라는 간극』 『이별 모르게 안녕』(전자 시집) 등이 있다.
이향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기존 의미망에서 이탈하는, 기존 설정값에서는 기능 불량이자 무용함으로 진단되는 낯설고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이 세계의
“따분하고 강요된, 폭력적인 설정을” 바꿔 “세계를 재편”(「해설」)하려고 시도한다.
해설을 쓴 이병철(시인, 문학평론가)은 이향란 시인이 “물상으로 이루어진 현상세계, 즉 의미와 상징이 질서를 이룬 상징계를 의심하고 부정하는 시인”인 점을 들며,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에서 시인은 “언어로 이미 표현된 ‘형태’들을 해체해 형태에 갇힌 사물의 본질을 자유롭게 풀어 주려 하고, 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 형태를 입혀 누구도 열어 보지 못한 실재계의 내부를 재현코자” 하고 있다고 평한다.
추천사를 쓴 강영은(시인)은 이향란 시인의 이번 시집이 “슬프고도 기막힌 황홀로 가득 차 있는 내면 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평하면서, “얼음처럼 빛나는 존재의 염결성을 도모하”며 “우리는 문학의 본령에 끝없이 천착해 온 시인의 미학을” 독자들이 “즐거이 감상할 수” 있으리라고 전한다.
❚추천사❚
이향란의 이번 시집은 슬프고도 기막힌 황홀로 가득 차 있는 내면 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시간의 경로를 따라 영혼, 혹은 마음의 다양한 빛깔로 생성되어지는 그녀의 내면 의식은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것, 들킬 수 없는 것,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토로하는 시인의 궁극을 포장하여 표면적으로는 꽝꽝 언 빙벽 속에 밀봉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거침없이 흐르던 물과 두려운 줄 모르게 타오르던 불과/ 공중을 뚫던 날개”를 지닌 시인의 에스프리임을 보여 준다. 언어의 투시력에 의해 빚어진 그 형상들은 어느 한 극점에 도달하는 양상으로 결말을 유도하기보다, “수많은 내가 다시 살아나거나 나도 모르는 내가 죽어 버리”는 양가적 감정을 통해 삶의 미묘한 순간들을 타아적으로 전복시킨다. 그것은 어떠한 결정도 거부하기에 허무의 심연에서 솟구쳐 나오는 힘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타아 의식은 얼음처럼 빛나는 존재의 염결성을 도모하는 까닭으로 여겨진다. 메타시의 현상 또한,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경향인데, 새로운 사고로 구성되고 창조적으로 형상화된 그녀의 화법은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는 표제시詩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빛’이기도 하고 ‘어둠’이기도 한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위야말로 시詩의 눈이 열리는 순간이며, “보이지 않지만 또렷이 보이는” 최첨단의 세계, 즉 상상의 세계가 즉물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일 것이다. “슬프고도 기막힌 황홀”로 집약되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는 문학의 본령에 끝없이 천착해 온 시인의 미학을 즐거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영은(시인)
❚저자 약력❚
이향란
강원도 양양 출생.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2002년 시집 『안개詩』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슬픔의 속도』 『한 켤레의 즐거운 상상』 『너라는 간극』 『이별 모르게 안녕』(전자시집) 등이 있음.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2003년, 2007년, 2018년),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창작기금(2009년), 용인시 문화예술보조금(2022년) 수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 선정.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그 직면에게 왜 나는
모르포나비를 아세요 13
빙벽 봉함 14
맹목 16
아픔 아키텍처 18
네가 내게 사랑을 고백할 때 20
꽃으로 쏘고 총으로 피다 22
재료들 23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24
와인의 체위를 아세요 26
수레 혹은 감옥 28
뼈를 위한 레퀴엠 30
나는 민트 향의 치약을 써요 32
리버서블 코트 34
샌드위치처럼 슬프게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36
수염 있는 여자 38
제2부 도둑 같고 짐승 같은
폭염 43
밀려오는 것들 44
가을은 짐승처럼 46
유리 감옥 48
먼 데 있는 사람 50
물의 역 52
수면의 조롱 54
애인과 애국 56
미치광이풀 57
무렵의 사람 58
슬픔의 탄환 60
과일 유적지 62
아침의 내용 64
발병 66
설정을 바꿔 주세요 68
제3부 가 버린 여름의 바깥
시차 73
나무 속으로 들어갔다 74
몸속 프로펠러 76
문지르다 78
사랑은 더 이상 나를 흘리지 않는다 80
처서 82
얼굴 84
두부와 부두 86
순간의 사람 88
나는 아직 돌아오질 않았네 90
짖는 소리 92
타인의 것 93
침대의 꿈 94
짐승의 길 96
유령과의 연애 98
제4부 하염없이 하릴없이
홍고린 엘스 103
문장의 출몰 104
굴욕의 맛 106
면접 108
훔쳐 읽는 타인 110
샤랄라 샤워 112
다각형 한 방울 113
조금 전에 뭔가가 114
딱 한 번 들어갈 수 있는 집 116
러시안룰렛 게이머 118
전신 가려움증 120
쓸모 있는 관계 122
위대한 욕 124
거짓말 같은 우리의 한 시절 126
확확 절벽 128
해설
이병철 세계의 윤곽을 문지르는 나비 날개 130
❚시인의 말❚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사람
그리하여 사람을 벗어난 사람
구름 속의 그런 그가
가늘고 긴 담배를 꺼내 물면
나는 내 눈물을 힘껏 그어
불을 붙여 주었지
아직도 서툴고 서럽지만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빛나는 어떤 것만으로도 괜찮아
겨우 웃으면서
❚시집 속의 시 한 편❚
뮤즈의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가에 사는 뮤즈는 담배를 좋아하지
물보라를 돌돌 말아 입술 없는 입가에 갖다 대고는
물고기처럼 늘 뻐끔거리지
뮤즈는 빛이라서
아니 어둠이라서 볼 수가 없지
조약돌로 누워 버릴까 생각은 하겠지만
그건 뮤즈가 아니라서
시간의 등 뒤에서 뮤즈는
뭔가의 신호를 기다리지
밤의 결을 따라 노래 부르고 춤을 추어도
어느 곳도 가 닿을 수 없지만
뮤즈는 외로운 걸 몰라 서성대기만 하지
낮의 물가나 밤의 기슭을
내게 어느 불면의 밤이 찾아와
끊었던 담배를 꼬나물었을 때
잠들지 못하는 뮤즈가 잽싸게 날아들었지
타는 내 담배에 젖은 담배를 갖다 대며
성급하게 훅훅 빨아 들였지
그리하여 뮤즈의 담배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
뮤즈는 내가 되고
나는 빛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나를 보았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수소문해도 찾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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