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그다음 - 이정희 시집
(상상인 시선 024)
이정희 시집 『꽃의 그다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닥’과 ‘바깥’이다. 그렇게 바닥과 바깥이 서로 변증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주고받는 행위와 그 행위 속에서 안쪽을 향해 고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고이면서 파생되는 서정의 방식은, 이정희 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사물과 대상을 통해 오롯한 깊이로 그러나 폭넓은 넉넉함으로 드러나 완성된 시세계를 이룬다. 그 안에 자근자근 흘러나오는 시적 사유의 하드보일드한 맛, 그러면서도 편안한 맛이 깃들어 있다.
_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이정희
경북 고령 출생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꽃의 그 다음』
제3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시부문 대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anesjjhh61@naver.com
시인의 말
그다음을 앓는다
수많은 내일이 지나간다
바람이 치어 떼처럼
멀어진다 더 가까워진다
빠르게
2021년 9월
시집 속의 시 한 편
꽃의 폐업
꽃도 따끈할 때 꽃이지
식으면 폐업이다
리어카에 실린 채 방치된
국화빵을 구워내던 틀
한때는 한 봉지의 가을이 제철
따뜻했다는 증거
기억을 붓고
시간을 노릇하게 뒤집으며
사는 일이 다 그런 것이라 믿었다
쉴 틈 없는 반복이
일생을 끌고 간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붙들지 못한 가을이 몇 번 지나갔다
추웠던 꽃의 틀이 녹슬고
뜨뜻미지근한 가을볕도 없이 겨울이 왔다
볕 좋고 목 좋은 모퉁이는 점점 줄어들고
철컥철컥 꽃 피우던 가을은
너무 비싸졌거나 멀리 있다
바람이 보채는 곳마다
안간힘 쓰는 꽃잎들과
단단히 묶인 포장의 날갯짓
녹슨 틀에 다급한 생계를 넣고
꼬챙이로 칸칸 노란 국화를 뒤집으면
따뜻한 그 봉지를 안고 돌아갈 것 같은데
햇살이 철컥거리며 그림자 빵을 구워낸다
꽃의 그다음은 믿지 않는다
차례
1부
반, 반 _ 019
딸기는 파랗게 운다 _ 020
물의 잠을 엮다 _ 022
꽃의 폐업 _ 024
귀로 짓는 밥 _ 026
외발 수레 _ 027
달아나는 아버지 _ 028
한끗 _ 030
사각골목 _ 032
머리맡 _ 034
술, 이라는 효자 _ 036
탓하다 _ 038
벌레 물린 말들 _ 040
2부
k _ 045
기우뚱거리는 물 _ 046
가봉 _ 048
거름 _ 050
꼬리를 앓다 _ 052
옷장의 시간 _ 054
북극성이 사라진 섬 _ 056
화단 _ 058
멀어지는 중입니다 _ 060
그런 사람을 누구라고 부르는가 _ 062
배후 _ 064
건너가는 시간 _ 066
봄, 해부학 _ 067
3부
우산연대기 _ 071
행성이 몇 번 깜박거려도 _ 072
단절의 힘 _ 074
설계사 _ 076
자루의 등뼈 _ 078
지지대는 박혀 있지만 _ 080
바람, 숲 _ 082
꽃이 꼬치 발음학 _ 084
구덩이들 운다 _ 086
하지정맥류 _ 088
이유는 눈물 _ 090
숨의 처마 _ 092
먹이사슬 _ 094
4부
접점 _ 099
실외기 _ 100
두꺼운 말 _ 102
목전 _ 104
멈춤에 대하여 _ 106
거미 _ 108
옹알이 _ 110
뿌리의 반경 _ 112
트리하우스 _ 114
아프리카발톱개구리 _ 116
주홍날개꽃매미 _ 118
안으로 굽어지다 _ 120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람들이 흩어질 때 _ 122
해설 _ 이종섶 _ 125
안쪽을 앓는 존재들 ― 바닥과 바깥의 변증적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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