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은(시인, 경주대 교수)
❚저자 약력❚
김 오
경기 동두천 출생.
1993년 호주 《동아일보》 신년문예에 시 당선.
1994년 <시힘> 동인 8집에 세 편의 시를 실으며
작품 활동 시작.
2005년 시집 『캥거루의 집』 출간.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사랑 13
플레밍턴 마켓 14
고등어 16
이민 17
홍고추 18
심양 김 씨 20
참 22
칼집 24
가난한 맛 26
뻔뻔한 봄 27
땅콩의 무게 28
포옹 29
발 30
그믐 32
레이크 파라마타Lake Parramatta 33
제2부
사랑 2 37
숨이 가득하다 38
광덕사 39
눈물을 돌아다보다 40
스마트폰 42
봄볕 43
우는 신발 44
산이 잡는다 46
견우를 수집하다 47
누구 48
너 49
뭉개진 종이배 50
그림이 있는 방앗간 52
색소폰 54
컵 56
굴종 57
진짜 시인 58
제3부
잔뜩 63
나이롱 참외 64
파란 깃발 66
굵어진 편지 67
밥 68
강 69
한탄강 70
해설
이승하 시드니와 동두천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116
❚시인의 말❚
시인의 말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깊어지지 않는 바다를 경이롭게 바라보다 돌아 나온 적이 있다.
오늘 다시 깊어지지 않는 곳에 서 있다.
이민이란 늘 그늘에 있는 삶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햇볕을 쬘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그늘을 벗어나고 싶지만 발은 무겁다.
해를 가리는 나무 밑에서 그래도 견디어지는 것은
그늘 아래 드는 빛에도 어린나무는 제법 초록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얕은 물로 큰 고기들은 헤엄쳐 들어오지 않지만 모래 아래 숨을 쉬고 있듯이
어느새 깊어지지 않는 바다에 익숙해졌는지 시드니, 서울 어느 쪽으로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고등어
죽은 것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깊이를 재는 시간
플레밍턴 토요 시장 고등어 한 마리
얼음을 깔고 누운 배때기에 그어진
싱싱한 줄 하나
바다를 떠난 몸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선
어느 바다의 물결인지 흔들려
두어 판 건너의 풍경을 건드린다
사람들 술렁이기 시작하는 네 시
아직은 몸을 흔들지 않아도
헤엄치기 좋은 바람에 배를 맞추며
천천히 꼬랑지 살랑거리는 고등어
선 그어진 몸으로 깊은 곳을 헤집다 밀려난
그 물결을 잊기 위하여
죽은 고등어에서 꿈틀대는 물결선이
다섯 시를 지나는 약한 바람을 밀어 올리면
시장통을 흔드는 줄 하나
헤이 코리안 싸요 싸요 원 킬로 쓰리 달라 쓰리 달라
칠레 남쪽 고향 칠로에섬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다는